소공녀 존엄을 지키는 선택 가난을 견디는 감성의 무게
소공녀 – 존엄을 지키는 선택, 가난을 견디는 감성의 무게는 청춘의 성공서사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서 반대로 포기해도 되는 것과 끝까지 지켜야 할 것에 대해 조용히 말 건네는 영화다. 이 작품은 한 여성의 선택을 통해 자본주의의 프레임을 거부하는 섬세한 시선을 보여준다. 리뷰는 소비와 존엄 / 관계의 거리 / 시스템 밖의 삶 이 세 가지 측면에서 이 영화를 바라본다.
소비와 존엄의 충돌
소비와 존엄의 충돌이라는 주제를 가장 강하게 드러내는 인물은 주인공 ‘미소’다. 그녀는 단순히 가난한 청춘이 아니다. 미소는 분명히 돈이 없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위스키’와 ‘담배’다. 이 둘은 그녀에게 단순한 취향을 넘어 존엄을 지키는 마지막 수단처럼 보였다. 나는 이 영화에서 가장 강하게 느낀 감정이 바로 이 ‘고집’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미소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한다. “왜 그런 걸 고집하느냐”, “그 돈이면 집세를 내라”라고 말한다. 하지만 미소는 세상의 기준을 따르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감각과 취향, 자존을 지키기 위해 집을 포기하는 것을 선택한다.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가질 것’을 요구한다. 집, 돈, 커리어, 관계. 그러나 이 영화는 그 모든 것에서 하나씩 내려놓을 수 있다고 말한다. 대신 지켜야 할 것을 스스로 선택하라고. 미소는 세상이 정한 가치 대신 스스로의 감정에 충실한 삶을 선택한 사람이다. 나는 그 점이 너무 용기 있게 느껴졌다. 감독 전고운은 미소를 동정하거나 영웅화하지 않는다. 그녀의 일상을 조용히 따라가며 그녀의 선택이 얼마나 현실적인가를 보여준다. 나는 영화가 진행될수록 ‘가난을 미화한다’는 비판이 얼마나 피상적인지 깨닫게 되었다. 미소는 힘들고 불편하고 외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기 삶의 품위를 끝까지 지키는 방식을 안다. 그리고 나는 그 점에서 이 영화가 말하는 ‘존엄’의 무게를 깊이 체감했다.
관계의 거리감
관계의 거리감은 이 영화에서 현실을 가장 날카롭게 비추는 거울이었다. 미소는 집을 떠난 이후 예전 친구들과 지인들의 집을 전전하며 하룻밤씩 묵게 된다. 처음에는 그 만남이 반갑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곧 이 관계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과 거리감이 존재함을 관객은 눈치채게 된다. 나는 이 부분에서 큰 씁쓸함을 느꼈다. 친구들은 미소를 완전히 배척하지 않는다. 오히려 겉으로는 웃고 안부를 묻고 음식을 함께 나눈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과 대화 속에는 분명한 이해하지 못함과 불편함이 깔려 있다. 미소는 더 이상 그들과 같은 궤도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장면들을 통해 나는 나 자신도 돌아보게 되었다. 혹시 나도 내 기준과 다르게 사는 사람을 속으로는 낯설어하고 거리 두고 있진 않았을까? 우리는 흔히 ‘친구’라는 이름 아래 많은 관계를 맺고 있지만 실제로는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는 이 모순을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지적한다. 감독은 이 관계들을 과장 없이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 미소는 점점 사람들이 있는 공간보다 스스로 고른 외로움 속에서 더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나는 이 부분에서 큰 공감을 느꼈다. 인간관계는 단지 함께 있다는 이유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때로는 거리를 두는 것이 오히려 더 깊은 이해일 수 있다.
시스템 밖의 존재
시스템 밖의 존재로 살아간다는 것은 자발적일 때 더 용기 있는 선택이 된다. 미소는 안정된 일자리도 고정 수입도 미래 계획도 없다. 그녀는 오늘 머물 집도 내일 무엇을 먹을지도 불확실한 상황에 처해 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진다. 이 지점에서 나는 미소가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오히려 가장 강한 인간상 중 하나라고 느꼈다. 우리는 끊임없이 시스템에 순응하기를 요구받는다. 대학, 취업, 결혼, 내 집 마련. 하지만 그 공식대로 살지 못하거나 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 미소는 바로 그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의 선택을 대변한다. 감독은 미소의 삶을 통해 체제 바깥에서 살아가는 청춘의 모습을 그린다. 그 삶은 불안하고 피곤하고 때로는 굴욕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삶은 극단적으로 솔직하고 자기 결정적인 태도로 가득하다. 나는 이 부분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버티는 것’이 아니라 ‘포기할 것을 선택하고 지킬 것을 지킨다’는 태도는 쉽지 않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나는 계속해서 미소라는 인물을 떠올렸다. 그녀는 실패한 사람이 아니다. 그녀는 ‘시스템 안에서 살아남은 자’는 아니지만, 시스템 밖에서도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잃지 않은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그 점이 이 영화가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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