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 아이들의 침묵은 어른의 거울이었다
우리들 – 아이들의 침묵은 어른의 거울이었다는 교사의 시선에서 관찰한, 말보다 강렬한 관계의 균열에 대한 기록이다. 보지 못했던 것과 들으려 하지 않았던 그 침묵은 결국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었다.
보이지 않는 관계는 교실 안에 더 많이 존재한다
보이지 않는 관계는 교실 안에 더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아이들 사이에 조용한 눈빛이 오가는 순간들이었다. 교사로서 나는 수많은 질문을 던지지만 그 질문들이 아이들 마음속 가장 중요한 이야기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들을 본 그날 나는 처음으로 내가 아이들 사이에서 놓치고 있던 균열들을 마주했다. 영화 속에서 나는 선을 처음 본 순간을 잊을 수 없었다. 그 아이의 얼굴에는 누구보다 말하고 싶은 감정이 있었지만 입을 여는 순간조차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못하는 주저함이 보였다. 나는 그 주저함이 단지 수줍음 때문이 아니었음을 뒤늦게야 이해했다. 그 아이는 이미 교실에서 자신의 존재가 어떻게 보일 지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학교라는 공간은 때로 감정을 은폐시키는 곳이다. 좋은 아이라는 평가 기준은 아이들 스스로를 조심스럽게 만들고 그 조심성은 결국 정직한 감정을 억누른다. 교사로서 나는 그 아이들이 편해 보인다고 착각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착각을 무너뜨렸다. 아이는 언제나 표현하지 않는다. 대신 눈빛과 행동, 침묵 사이에서 관계를 말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조심스럽게 인간관계를 맺는다. 그들은 모든 것을 말로 푸는 법을 모르기 때문에 몸짓과 작은 행동 하나로 자신의 감정을 전달한다. 그러나 교사인 나는 자주 그 몸짓을 산만함으로 그 행동을 주의 산만으로 오해해 왔다. 나는 교과서를 가르쳤지만 교실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지형을 읽지 못했다. 우리들은 그 지형을 섬세하게 보여주었고 나는 그 안에서 교사로서의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아이들의 침묵은 단지 내성적인 성격이 아니라 자신이 경험한 배제와 상처의 잔여물이었다. 그 침묵을 읽지 못한 건 결국 내가 보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른의 가치 기준은 아이들의 관계를 왜곡시킨다
어른의 가치 기준은 아이들의 관계를 왜곡시킨다는 점을 나는 자주 간과해 왔다. 교실 안에서 착한 아이, 성실한 아이, 리더십 있는 아이라는 기준은 아이들의 복잡한 감정을 무시한 채 정형화된 틀로 그들을 바라보게 만든다. 영화는 그 틀 너머의 모습을 꺼내놓으며 아이들 간의 문제라고만 치부해 왔던 갈등이 사실은 어른이 만든 구조 속에서 비롯된 것임을 보여주었다. 나는 종종 아이들의 갈등에 대해 그 나이대에는 다 그런 것이라며 스스로를 납득시키곤 했다. 하지만 영화는 그 안일함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아이들의 세계는 단순하지 않았고 그 갈등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었으며 그 이유를 외면한 건 나를 포함한 책임 있는 어른들이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한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무심히 건넨 말 한마디가 상대방의 세계를 완전히 뒤흔드는 순간이었다. 그 말은 아이의 입에서 나왔지만 그 말이 형성된 배경에는 가정에서의 언어 습관, 학교에서의 역할 기대, 사회가 부여한 규범이 자리하고 있었다. 결국 그 상처는 단지 두 아이 사이에서 생긴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내가 무엇을 무심히 허용하고 있었는지를 떠올렸다. 누군가는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누군가는 설명할 권리조차 부여받지 못한다는 사실. 그 불균형은 사회가 만들어낸 위계이며 그 위계는 교실 안에서도 철저히 재현되고 있었다. 교사로서 내가 정말 해야 할 일은 누가 잘했는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말할 기회를 잃었는지를 보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들》은 단지 두 아이의 이야기로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가 만들어낸 구조 속의 작은 전쟁이었다. 그 안에서 나는 교사라는 이름으로 조용히 방관해 온 수많은 침묵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침묵의 교육은 결국 감정을 지우는 훈련이었다
침묵의 교육은 결국 감정을 지우는 훈련이었다는 자각은 교사로서 가장 무거운 질문을 내게 남겼다. 나는 아이들에게 배려와 예의를 가르친다고 믿었다. 그러나 정작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게 만든 건 아니었을까? 영화는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 어떻게 관계 속에서 점점 더 자신을 숨기게 되는지를 조용히 따라간다. 그 조용함은 단지 말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말할 수 없게 된 상황 자체였다. 그리고 그 상황은 내가 만들어낸 학교 시스템과 감정을 통제하는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는 종종 질서를 우선시하며 아이들의 목소리를 자른다. 교실의 조용함을 이상적인 상태로 간주했고 그 조용함 속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런 침묵이 오히려 갈등을 내면화시키고 서로에게 진짜 감정을 숨기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교사로서 나는 질문한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수학 문제를 정확히 푸는 것보다 상대의 감정을 읽고 자신의 상처를 말할 수 있는 용기가 더 중요한 가치는 아닐까? 그러나 지금의 교육은 여전히 감정의 언어를 교육하지 않는다. 우리들은 감정의 언어를 잃어버린 아이들이 그 침묵 속에서 서로를 오해하고 멀어지게 되는 과정을 아주 절제된 방식으로 그려낸다. 그 절제는 마치 현실 그대로였고 나는 그 현실을 매일 교실에서 마주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영화를 본 이후 나는 바뀌고자 했다. 침묵을 유지하는 아이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고 그 말이 부담이 되지 않도록 천천히 기다려주는 법을 배우려 노력하고 있다. 그 변화는 작지만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말할 수 있게 되는 데에는 단 한 사람의 시선이 전부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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